전체 글73 11월 그리고 6일 유혹하는 글쓰기 진짜 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 아까 여러분이 살펴보았던 책을 다시 꺼내보라. 아직 한 글자도 읽지 않은 상태에서 그 책의 무게는 여러분에게 또 다른 것을 말해준다. 책의 길이를 알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뿐만이 아니다. 작가가 그 작품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정성을 기울였는지, 그리고 독자가 그 작품을 소화하려면 또 얼마나 많은 정성을 기울여야 하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길이와 무게가 작품의 우수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대하소설 중에도 쓰레기라고 부를 만한 것들이 수두룩하다. 그리고 나를 비판하는 비평가들에게 물어보라. 내가 쓴 헛소리들을 찍어내느라고 캐나다의 숲들이 통째로 사라져 간다고 투덜거릴 것이다. 그러나 또한 짧다고 해서 반드시 달콤한 것도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짧은 책은.. 2022. 11. 6. 11월 그리고 5일 유혹하는 글쓰기 능동태가 가진 힘 나는 이런 근심이야말로 형편없는 산문의 근원이라고 믿는다. 자기 만족을 위해서 글을 쓰는 경우에는 근심도 덜한 편이다. 그러나 마감 시간이 정해져 있을 때는 가령 논문 숙제나 신문 기사나 시험 답안을 작성할 때는 근심이 더욱 커진다. 아기코끼리 덤보는 마술 깃털의 도움으로 날아올랐다. 여러분이 수동태나 그 못된 부사를 쓰고 싶어 하는 이유도 그와 같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전에 여러분은 애당초 덤보에게는 그 깃털이 꼭 필요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상기하기 바란다. 마법의 힘은 이미 그의 마음 속에 깃들어 있었으니까. 여러분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능동태를 가지고도 얼마든지 힘찬 글을 쓸 수 있다. 그리고 여러분이 전에도 글을 써보았다면 간단.. 2022. 11. 5. 11월 그리고 4일 그 겨울 바람이 분다 훨씬 간결하게 간결한 문체에 대한 설명서를 쓰면서도 윌리엄 스트렁크는 문법과 관용 표현 중에서 자기가 싫어하는 것들을 따로 설명해놓았다. 예를 들면 그는 '전체 학생'이라는 이라는 말을 싫어해서, 차라리 '전교생'이라는 말이 더 명확하고 으스스한 어감도 없어 좋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개인화하다'는 우쭐거리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라는 사실'이나 '이런 방면에서' 같은 말도 싫어했다. 싫어하는 말들은 나에게도 있다. 나는 '그거 정말 쿨하네'라는 말을 쓰는 사람은 구석에 세워놓아야 하며 그보다 훨씬 더 역겨운 '지금 이 시점에서'나 하루가 끝날 무렵에' 따위를 쓰는 사람은 저녁도 먹이지 말고 그냥 재워야 한다고 믿는다. 이렇게 지극히 기초적인 수준의 글쓰기에서 내가 싫어하는 말들은 그 밖에도 .. 2022. 11. 4. 11월 과 그리고 3일 평범한 하루가 가고 나는 어떤 책상이 있는가? 이 장에서 마지막으로 말해두고 싶은 것은 내 책상에 대해서다. 나는 예전부터 방 전체를 압도하는 거대한 떡갈나무 책상을 갖고 싶었다. 트레일러 세탁실의 아동용 책상도 싫었고 셋집에서 쓰던 평범한 책상도 싫었다. 1981년에 나는 드디어 마음에 드는 책상을 구하여 채광창이 있는 널찍한 서재 한복판에 갖다 놓았다.(집 뒤쪽의 건초 다락을 개조한 방이었다) 그때부터 6년 동안 이 책상을 썼는데, 당시 나는 술이나 마약에 취해 제정신이 아니었다. 마치 정처 없이 바다 위를 떠도는 배의 선장과도 같았다. 술을 끊고 한두 해가 지났을 때 나는 이 흉물을 치워버리고 그 자리에 거실용 가구들을 들여놓았다. 아내의 도움을 받으며 책상을 조각조각 끄집어내고 근사한 터키산 양탄자를 깔았다. 우리 .. 2022. 11. 3.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 1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