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72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은 그 어느때보다 자유롭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우리는 얼마나 세상을 이해했을까? 훗날 역사학자들은 이 시대를 번영과 평등과 자유와 행복의 시대로 회상할까? 아니면 21세기 초를 현실안주의 시대, 다시 말해 불행하고 성취감을 느끼지 못한 시대, 위기가 점점 커지는 것을 목도하면서도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한 채 대안이 없다고 느낀 시대로 규정할까? 이 책에서 언급하는 중국 철학은 이런 '현실 안주의 시대'에 대안을 제시한다. 하지만 그것은 이를테면 민주주의를 대체할 만한 일관된 사상은 아니다. 그보다는 자아에 관한, 그리고 세상에서 자아의 위치에 관한 반직관적 개념이다. 아울러 그중 다수는 지배적 사고 체계의 틀에서 삶을 바라본 사상과는 정반대로 발전했다. . . . 낡은 귀족 제도와 종교 제도가 무너진 주축 시대에 사람들은 진실과 의.. 2022. 10. 22.
창착에는 고통이 따르는 법. 인내하라 독서가 필요하다 독서는 (거의) 어디서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글을 쓰는 데는 도서관의 개인 열람실이나 공원 벤치나 임대 아파트 같은 곳은 달리 어쩔 수 없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트루먼 카포티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원작 소설로 유명한 미국 작가]는 모텔방에서 글이 가장 잘 써진다고 말했지만 그는 예외적인 경우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만의 장소에서 가장 잘 쓴다. 그런 곳을 마련하기 전에는 많이 쓰겠다는 새로운 결심을 실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집필실에 화려한 실내 장식 따위는 필요없다. 집필 도구들을 모아두기 위해 고풍스러운 책상을 준비할 필요도 없다. 내가 첫 번째와 두 번째로 출간한 소설 와 은 대형 트레일러의 세탁실에서 무릎 위에 어린이용 책상을 올려놓고 .. 2022. 10. 21.
파이란 2001 .서로 바라볼 수 없는 인연 1. 인연의 시작 중국에서 온 강백란은 그녀의 유일한 친척이 있다는 인천의 차이나타운에 오게 되었다. 하지만 차이나타운에 와서 물어봤지만 모두 캐나다를 이민을 갔다고 한다. 아무런 연고도 없던 그녀는 중국으로 돌아가도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그녀는 막막한 마음에 길을 걷고 있었다. 길을 지나가다 눈에 보인 인력사무소 간판을 보게 된다. 일을 찾기 위해 인력사무소 에 들어가게 된다. 그녀를 상담해 주던 상담원은 그녀의 한국에 체류한 기간이 너무 짧아 일을 할 수 없을 거라고 한다. 하지만 그녀의 예쁜 모습을 보며 국제결혼 을 하는게 어떻겠냐고 권유한다. 그때 마침 강재(최민식)는 인력사무소에 돈을 받고 자신의 호적을 팔았다. 그리고 그녀는 생전 처음 보는 남자와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서류상 결혼을 하게.. 2022. 10. 20.
유혹하는 글쓰기-06 잘 팔리는 어느 애견 훈련 설명서의 제목에 의하면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고 한다. 그렇지만 핏불이나 로트바일러에게 물려 크게 다친 아이의 부모에게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 코피 터지기 딱 좋으니까. 나도 처음으로 진지하게 글을 써보려고 하는 사람들을 기꺼이 격려해주고 싶지만, 그렇다고 세상에 나쁜 작가란 없다고 거짓말을 할 수는 없다. 미안하지만 세상에는 형편없는 글쟁이들이 수두룩하다. 어떤 이들은 지방신문사에서 근무하는데, 대개는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을 비평하거나 자기 지역의 스포츠 팀에 대하여 이러쿵저러쿵하면서 소일한다. 어떤 이들은 글쓰기로 돈을 벌어 카리브 해에 멋진 집을 장만하는데, 그들이 지나간 길에는 부사가 범람하고, 목석 같은 등장 인물이 즐비하고, 지긋지긋한 수동태 문장이 우.. 2022. 10.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