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72 11월 그리고 9일 유혹하는 글쓰기 잘 쓴 대화문 이제 우리의 공연 프로그램에서 오디오 분야에 해당하는 대화에 대하여 잠시 이야기해보자. 대화는 여러분의 출연진에게 목소리를 부여하고, 또한 그들의 성격을 규정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더욱 잘 말해주는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말은 기만적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말을 하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남들에게 성격을 드러낼 때가 많다. 가령 여러분은 내레이션을 통하여 주인공 버츠 씨가 학창 시절에 성적이 별로 안 좋았을뿐더러 학교에 오래 다니지도 못했다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해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주인공의 입을 빌리면 똑같은 내용을 훨씬 더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다. 그리고 좋은 소설의 기본 원칙 가운데 하나는 독자에게 어떤 내용을 설명하려 하지 말고 직접.. 2022. 11. 10. 11월 그리고 8일 유혹하는 글쓰기 이 책은 교과서가 아니다. 따라서 연습 문제 같은 것은 별로 없다. 그러나 여기서 나는 여러분에게 연습 문제 하나를 내주려고 한다. 혹시라도 플롯 대신에 상황을 이용하자는 말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헛소리라고 생각하는 독자도 있을지 모르니까, 나는 여러분에게 어떤 화석이 묻혀 있는 위치를 가르쳐주겠다.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미리 플롯을 짜놓지 않고 그 화석에 대하여 대여섯 페이지 분량의 서술문을 쓰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땅 속의 뼈들을 캐내어 어떻게 생겼는지 확인하라는 뜻이다. 아마 여러분은 그 결과물에 상당히 놀라면서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준비가 되었으면 이제 문제를 내겠다. 다음 이야기는 여러분에게도 낯익은 내용이다. 매번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두어 주에 한 번씩 대도시 일간의 사.. 2022. 11. 8. 11월 그리고 7일 유혹하는 글쓰기 얼마큼 쓰고 있을까? 나는 하루에 열 페이지씩 쓰는 것을 좋아한다. 낱말로는 2천 단어쯤 된다. 이렇게 3개월 동안 쓰면 18만 단어가 되는데 , 그 정도면 책 한 권 분량으로는 넉넉한 셈이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쓰고 신선함을 유지하기만 한다면 독자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몰두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날은 그 열 페이지가 쉽게 나온다. 그러면 아침 열한 시 반쯤에는 작업을 끝내고, 소시지를 훔쳐먹는 생취처럼 신나게 다른 볼일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그냥 책상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한 시 반쯤 그날 분량을 끝내는 날이 더 많아졌다. 가끔 말이 잘 생각나지 않을 때에는 차 마시는 시간까지 미적 거리기도 한다. 나야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만, 정말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는 2천 단어를 다 쓰지.. 2022. 11. 7. 11월 그리고 6일 유혹하는 글쓰기 진짜 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 아까 여러분이 살펴보았던 책을 다시 꺼내보라. 아직 한 글자도 읽지 않은 상태에서 그 책의 무게는 여러분에게 또 다른 것을 말해준다. 책의 길이를 알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뿐만이 아니다. 작가가 그 작품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정성을 기울였는지, 그리고 독자가 그 작품을 소화하려면 또 얼마나 많은 정성을 기울여야 하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길이와 무게가 작품의 우수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대하소설 중에도 쓰레기라고 부를 만한 것들이 수두룩하다. 그리고 나를 비판하는 비평가들에게 물어보라. 내가 쓴 헛소리들을 찍어내느라고 캐나다의 숲들이 통째로 사라져 간다고 투덜거릴 것이다. 그러나 또한 짧다고 해서 반드시 달콤한 것도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짧은 책은.. 2022. 11. 6. 이전 1 ··· 7 8 9 10 11 12 13 ··· 1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