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常茶飯事68 11월 그리고 25일 유혹하는 글쓰기 멀리 볼 줄 알아야 한다 소설을 쓸 때 여러분은 나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확인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일이 다 끝나면 멀찌감치 물러서서 숲을 보아야 한다. 모든 책에 상징성과 아이러니와 음악적인 언어 따위를 잔뜩 퍼담을 필요는 없다 (산문은 운문과 다르니까). 그렇지만 모든 책에는ㅡ적어도 읽어볼 만한 책이라면ㅡ뭔가 내용이 있어야 한다. 초고를 쓰는 도중이나 그 직후에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작품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그리고 작품을 수정하면서 해야 할 일은 그 내용을 더욱 분명하게 만드는 일이다. 그렇게 하려면 더러 큰 변화와 수정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결과로 스토리는 좀 더 통일성을 갖게 되고 여러분과 독자들은 작품을 더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실패하는 일은.. 2022. 11. 26. 11월 그리고 24일 진실, 진솔 우리 어머니도 욕설 같은 것은 좋아하지 않으셨다. '무식한 사람들이 쓰는 말'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고기를 태우거나 망치질을 하다가 엄지손가락을 호되게 내리치거나 하면 대뜸 '이런 제기랄!' 하고 소리치셨다. 마찬가지로 개가 비싼 카펫에 구토를 하거나 지나가는 자동차가 흙탕물을 튀기거나 할 때는 기독교인이든 아니든 대분분의 사람들이 그 비슷한 말을 내뱉게 될 것이다. 진실을 말한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많은 것이 진실에 담겨 있다.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가 붉은 손수레에 대한 시에서 하고 싶었던 말도 바로 그것일 것이다. 점잖은 사람들은 '제기랄' 같은 단어를 싫어할 테고, 아마 여러분도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쓰게 될 때가 있다. 세상의 어떤 아이도 엄마한.. 2022. 11. 24. 11월 그리고 23일 진실된 묘사 독자들이 이야기 '속으로' 들어온 것처럼 느끼게 만들려면 등장인물의 겉모습보다 장소와 분위기를 묘사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신체적 묘사를 통하여 인물의 성격을 손쉽게 드러내려고 해서도 안 된다. 그러니까 제발 부탁건대, 주인공의 '예리하고 지적인 푸른 눈동자'나 '앞으로 내밀어 굳은 의지를 보여주는 턱' 따위는 삼가도록 하라. 여주인공의 '도도해 보이는 광대뼈'도 마찬가지다. 이런 말을 쓰는 것은 한심하고 나태한 짓이다. 그 지긋지긋한 부사들과 다를 게 없으니까. 내가 말하는 탁월한 묘사는 모든 것을 한꺼번에 말해주는 몇 개의 엄선된 사실들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런 것들은 대개 머리에 처음 떠오르는 사실들이다. 적어도 출발점으로는 손색이 없을 것이다. 나중에 바꾸.. 2022. 11. 23. 11월 그리고 22일 유혹하는 글쓰기 상황이 제일 먼저 나온다. 등장인물은ㅡ처음에는 밋밋하고 아무런 특징도 없지만ㅡ그다음이다. 마음속에서 그런 것들이 정해지면 비로소 서술하기 시작한다. 종종 결말이 어렴풋이 보일 때도 있지만 등장인물들에게 내 방식대로 움직이라고 요구한 적은 없었다. 나는 오히려 그들이 '자기 방식대로' 움직이기를 바란다. 어떤 경우에는 내가 예상했던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대개는 뜻밖의 결과가 나온다. 서스펜스 소설가에게 이것은 대단히 멋진 일이다. 그럴 때 나는 소설의 창조자일 뿐 아니라 최초의 독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작가인 나조차 앞으로 일어날 사건들을 미리 알면서도 그 소설의 결말을 정확히 짐작할 수 없다면 독자들도 안절부절 못하면서 정신없이 책장을 넘길 거라고 믿어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 왜 결말에 대해 걱.. 2022. 11. 22. 이전 1 ··· 3 4 5 6 7 8 9 ··· 17 다음